요즘 내가 쓰는 글이 너무나도 이상해지고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전에는 술술 저절로 글이 써졌다면 이제는 더이상 글이 써지지 않고 한 문장을 쓰면 그 다음 문장이 쉽게 떠오르지 않아서 쓰는 것이 망설여지고 막막해진다.
이렇게 된 이유는 회사를 퇴사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고 내가 정말 글 쓰는걸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정말 사회생활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최대한 혼자 일하는 것을 지향한다. 글 쓰는 것도 그렇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도 그렇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도움이 되고싶다. 그 마음 하나 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와 세상에서 이 정도의 스펙과 능력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자꾸만 느끼게 하기 때문에 더 버틸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그 이상 버틴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마치 회사에서 야근수당이나 추가수당, 근무 외 시간에 대한 보상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인데도 경제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해야하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그런 무지한 사람이 퇴사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정말 그런 쥐꼬리만한 월급을 가지고 살아갈 자신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적은 월급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데 그것을 상대평가하며 다른 직원들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사람을 내치고 월급으로 후려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더이상 헌신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헌신했으니 월급을 올려주는 것은 회사 사정으로 어렵지만 항상 애써줘서 고마워요라며 회식비를 챙겨주거나 무엇이라도 챙겨주길 바랐을 뿐인데 한국의 스타트업은 그런 정서를 챙길 시간적인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둘 다 없는 듯하다. 하긴, 회사의 이윤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야하는 리더들을 붙잡고 이런 하소연을 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그 다음으로 오는 임원들과 상사들은 다른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니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경력자 대우를 받고 본인 입맛대로 회사를 또 물들여가겠지.
나는 그런 모습들이 싫다.
하나의 파벌이 생성되는 느낌이었고 올바른지 올바르지 않은지 판단이 서지도 않은 상태로 모두가 따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번아웃이 올 것만 같았다. 실제로 나는 번아웃이 와서 퇴사를 한거지만 다들 경주마처럼 너무 열심히 정말 죽을정도로 열심히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건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더이상 못 보기에 그만두었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지도 않을거고 그렇게 살지 못한다. 인정의 욕구는 있지만 나 자신과 나 자신에게 할애된 시간조차 쪼개 회사에 헌신을 하면서까지 열심히 살고싶지는 않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건 나의 정체성의 문제인거겠지.